K팝 세계관 창조자 ‘이수만’ 재조명
이수만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아마존 프라임 채널을 통해 오는 13일 공개된다. 2021년 발 킬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발(Val)’을 연출한 중국계 팅 푸 감독이 연출한 ‘이수만: K팝의 황제 다큐멘터리(Man: King of K-Pop)’는 전 세계 240개국에서 동시에 스트리밍을 시작한다. 팅 푸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대담한 공상가의 매력적인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자평한다. 그는 이수만을 스티브 잡스에 비견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이수만의 선견지명 때문이다. 이수만은 그만의 독창적인 기획으로 K팝을 세계적 엔터테인먼트의 주류 대열에 올려놓았다. 영화는 이수만은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획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한다. 다큐멘터리는 주로 이수만이 설립한 SM 엔터테인먼트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K팝 제국을 건설한 한 남자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BTS, 블랙핑크 등 최고 아티스트들의 성공스토리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됐지만, 이수만 같은 업계 거물의 개인적 삶을 집중 조명한 작품은 없었다. 다큐멘터리는 대중에 알려진 K팝 장면의 층위를 벗겨내 거의 30년 동안 K팝 장면의 중심에 있었던 이수만이 왜 ‘K팝의 황제’로 불렸는지를 취재, 세계의 K팝 팬들에게 선사한다. 다큐멘터리는 이수만의 인생 여정, 그가 겪었던 고난과 역경, 그리고 2022년 K팝 무대에서 쫓겨날 때까지 그가 발굴한 K팝의 주요 아이돌 그룹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한다. 영화는 실제 영상을 활용해 아이돌의 삶 속으로 팬들을 안내하고, 무대 뒤 이야기, 녹음 스튜디오 내부, 춤 연습, 노래 제작 및 뮤직비디오 촬영 과정 등 K팝을 세계적인 음악 장르로 성장시킨 모든 과정을 세밀하게 파고든다. 1952년생 이수만은 1972년 가수로 데뷔했고,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수많은 K팝 아티스트들을 배출해냈다. 그의 휘하에서 세상에 나와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오른 아이돌 그룹은 ‘H.O.T.’,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수만: K팝의 황제’는 단순한 이수만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가 2022년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그가 이룬 성공과 실패, 그리고 K팝의 대표 그룹들을 탄생시킨 과정을 매우 세부적으로 추적하며 ‘다양한 사고와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되는 인물 이수만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다큐멘터리에는 25년 넘게 SM과 함께해 온 K팝의 여왕 보아를 비롯해 ‘슈퍼주니어’의 리더 이특, ‘엑소’의 리더 수호, ‘NCT’의 리더 태용, 그리고 그룹 ‘에스파’ 등 K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도 담고 있다. 이들은 무명의 자신들을 발탁, 아이돌 그룹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낸 이수만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이수만은 30년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을 선보여 한국 가요계의 판도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K팝의 새로운 유행 모드를 창조해냈다. 25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NCT’의 전혀 다른 무한 개방, 무한 확장 개념은 이전까지 없던 음악적 콘셉트였다. 4인조 다국적 걸그룹 ‘에스파’ 역시 멤버간 케미에 바탕한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는 독창적 콘셉트는 이수만표 파격적인 시도들이다. 다큐멘터리는 한국 최대 규모의 기획사 SM을 설립한 이수만의 기업가적 비전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이수만의 삶을 진솔하게 따라간다. 언제나 미래적인 그의 시각은 K팝을 하나의 세계적인 문화 운동으로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K팝이 한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이수만의 역할이 컸다. 팅 푸 감독은 예고편에서 미국이 전 세계 팝 시장을 장악하는 데 100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단 20년 만에 같은 성과를 이루었다는 표현으로 K팝의 세계적 위상을 재차 확인한다. 팅 푸 감독은 심야 스튜디오 세션, 댄스 리허설, 그리고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멋지고 세련된 공연 현장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공개한다. K팝 아이돌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포착한 미공개 영상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다큐멘터리는 논란 속 K팝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수만이 추구하던 멀티프로덕션의 예술성 문제와 그에 대한 SM 운영진의 반발, 동방신기와 관련한 악명높은 노동계약, 그리고 지분 문제로 내분이 심화한 SM의 암흑기가 자세하고 솔직하게 다루어진다. 이수만은 결국 자신의 회사 지분을 메인 경쟁사인 하이브(방탄소년단, 세븐틴, 뉴진스 등을 배출한 멀티 레이블 대기업)에 매각했다. 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대기업들과의 권력 다툼을 촉발했고 SM의 공동 대표인 그의 조카의 공개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SM은 2023년 초 법적 소송을 예고하는 가운데 대주주 이수만을 해임했다. 이후 이수만과 관련된 폭로가 이어졌다. SM은 여러 스캔들과 함께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던 이수만의 정신적 고통과 그가 이룩한 거의 모든 것을 잃을 뻔했던 사건들의 내막이 이수만과 당사자들의 증언을 통해 솔직하고 거침없이 다루어진다. 다큐멘터리의 결말은 ‘A2O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잘파팝(Zalpha Pop)’이라는 색다른 콘셉트로 돌아온 이수만의 최근 행보에 주목한다. 그가 창조하고 개척하려는 장르 잘파팝은 Z세대와 알파 세대를 합친 신조어로 기존의 K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이수만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수만은 SM과의 경영금지 조항 때문에 해외에서 A20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미 중화권 아이돌 걸그룹 A20 May를 결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고 A20 May는 이수만의 새로운 팝 혁명을 이끄는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는 시기에 LA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무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던 이수만. 한국의 대중음악에 새롭고 혁신적인 연예기획의 개념을 도입, SM을 국제적인 영향력을 지닌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 올린 이수만의 신화는 계속될까.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아마존 재조명 인물 이수만 황제 다큐멘터리 세계적 엔터테인먼트